삼국지 세 번 읽은 자와는 상대하지 마라?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다 읽었다. 어릴 적엔 만화 전략 삼국지 60권짜리를 읽었고 조금 더 커서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고 황석영 삼국지는 읽다 말았고 이번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다 읽었으니 회독을 빼더라도 3번은 족히 읽은 셈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으로 읽은 인물열전도 쳐준다면 침착맨과 비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 작가이다. 작가의 역량 때문인지, 현재 나의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삼국지를 읽고 난 뒤와는 다른 깊이감을 느꼈다. 어렸을 적엔 신문지면 광고 같은 것에서 자주 접한 삼국지연의 홍보멘트 "삼국지 세 번 읽은 자와는 상대하지 마라(또는 논쟁하지 마라, 인생을 논하지마라 등)"가 뜻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 나이 먹고 삼국지를 다시 읽으니 그 선전문구가 전하는 바를 어렴풋이 이해한 것 같다. 다만 선전문구는 조금 개선해도 좋을 것 같다. <어린 왕자> 선전문구를 차용해서 "나이대별로 세 번 읽어야 하는 책"이라든지...
아무튼 늙어서 다시 삼국지를 읽어보니 인간이 한 평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 옳은 것일까? 에 대해 곱씹게 된다. 조조, 유비 누가 더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들도 참으로 결함이 많고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비중 있는 조연도 마찬가지이다. 제갈량의 일생이 그나마 귀감이 될만한 것 같지만 연의에서 각색된 부분도 많다고 하니 적절히 판단을 해야 옳겠지. 굳이 북벌을 계속했어야 했나 등등.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대답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난세를 살아간 이들의 선택과 결정, 처신 속에서 이 나이에 의미 있게 다가왔던 대목은 스스로 자신이 옳다고 여긴 바를 이루기 위해 살았다는 점이다. 부패하고 무능하여 망국의 길로 접어든 한 왕조를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거병한 촌뜨기 돗자리상 유비, 유명무실한 황제를 옹립하여 명분과 실리를 챙기고 한 국가의 토대를 쌓은 조조, 적당히 멀리 떨어져 정세에 따른 효율적 판단의 손권. 삼국지의 영웅 셋 모두 성인군자와는 동떨어져 있으나 난세를 살아간 방식은 배워볼 가치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한 나라는커녕 한 직장 속에서도 어떻게 살고 있다고 또렷하게 대답하지 못하는데, 그들의 삶을 탐구하다 보면 세 영웅은 못 되어도 조연 장수는 어떻게 되볼 수 있지 않을까. 여태 읽은 삼국지. 세 번은 훨씬 넘었을 테지만 오늘이 첫 번째 독서 같다. 오늘 느낀 감상과 깨달음이 두 번, 세 번 더 깊어지면 비로소 인생 계획이 명확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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