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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삼국지-요시카와 에이지

by seoul94 2024. 12. 13.
 
삼국지 세트
또 하나의 고전이 된 요시카와본 『삼국지』 일본의 국민작가 요시카와 에이지가 평역한 『삼국지』 세트. 일본에서만 1억 부 이상이 판매된 요시카와본 『삼국지』는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여러 《삼국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후한 말부터 시작된 중국의 혼란을 배경으로 100여 년간에 걸친 치란흥망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에 그치지 않고,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에 대한 평역자의 해석과 창의를 더해 생동감을 선사한다. 이번 한국어판 시리즈는 일본
저자
나관중, 요시카와 에이지 (편저)
출판
문예춘추사
출판일
2013.05.03

 

삼국지 세 번 읽은 자와는 상대하지 마라?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다 읽었다. 어릴 적엔 만화 전략 삼국지 60권짜리를 읽었고 조금 더 커서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고 황석영 삼국지는 읽다 말았고 이번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다 읽었으니 회독을 빼더라도 3번은 족히 읽은 셈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으로 읽은 인물열전도 쳐준다면 침착맨과 비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 작가이다. 작가의 역량 때문인지, 현재 나의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삼국지를 읽고 난 뒤와는 다른 깊이감을 느꼈다. 어렸을 적엔 신문지면 광고 같은 것에서 자주 접한 삼국지연의 홍보멘트 "삼국지 세 번 읽은 자와는 상대하지 마라(또는 논쟁하지 마라, 인생을 논하지마라 등)"가 뜻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 나이 먹고 삼국지를 다시 읽으니 그 선전문구가 전하는 바를 어렴풋이 이해한 것 같다. 다만 선전문구는 조금 개선해도 좋을 것 같다. <어린 왕자> 선전문구를 차용해서 "나이대별로 세 번 읽어야 하는 책"이라든지...

 

아무튼 늙어서 다시 삼국지를 읽어보니 인간이 한 평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 옳은 것일까? 에 대해 곱씹게 된다. 조조, 유비 누가 더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들도 참으로 결함이 많고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비중 있는 조연도 마찬가지이다. 제갈량의 일생이 그나마 귀감이 될만한 것 같지만 연의에서 각색된 부분도 많다고 하니 적절히 판단을 해야 옳겠지. 굳이 북벌을 계속했어야 했나 등등.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대답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난세를 살아간 이들의 선택과 결정, 처신 속에서 이 나이에 의미 있게 다가왔던 대목은 스스로 자신이 옳다고 여긴 바를 이루기 위해 살았다는 점이다. 부패하고 무능하여 망국의 길로 접어든 한 왕조를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거병한 촌뜨기 돗자리상 유비, 유명무실한 황제를 옹립하여 명분과 실리를 챙기고 한 국가의 토대를 쌓은 조조, 적당히 멀리 떨어져 정세에 따른 효율적 판단의 손권. 삼국지의 영웅 셋 모두 성인군자와는 동떨어져 있으나 난세를 살아간 방식은 배워볼 가치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한 나라는커녕 한 직장 속에서도 어떻게 살고 있다고 또렷하게 대답하지 못하는데, 그들의 삶을 탐구하다 보면 세 영웅은 못 되어도 조연 장수는 어떻게 되볼 수 있지 않을까. 여태 읽은 삼국지. 세 번은 훨씬 넘었을 테지만 오늘이 첫 번째 독서 같다. 오늘 느낀 감상과 깨달음이 두 번, 세 번 더 깊어지면 비로소 인생 계획이 명확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