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인간미를 가진 인공지능-챗 지피티(ChatGPT)와 맥스(Max)

by seoul94 2025. 2. 19.
출처: 나무위키/맥스

 

챗 지피티? 한국엔 이미 30년 전에 있었다

90년대 초반 초등학생 시절에 컴퓨터 학원엘 잠시 다녔다. 아마도 한 달쯤? 지금 돌이켜 보면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컴퓨터는 초기에 주판, 타자기(...)와 비슷한 효용을 가진, 그러나 매우 비싼 물건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주산학원, 웅변학원만큼 컴퓨터 학원도 흔했기 때문이다. 난 컴퓨터 학원에 가면 도스 프롬프트창을 띄우고 /dir (맞나?) 따위를 치면서 도스 게임이 설치된 폴더를 찾아가거나 한컴타자연습, 시발원숭이의 모험 등의 게임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컴퓨터 게임 말고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다면 NC소프트나 넥슨에 들어가서 역사적인 대작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튼 그렇게 접한 도스 기반 게임 중에 '맥스'라는 것이 있었다.
요즘 업무를 하면 가끔 네이버 지식인을 찾는 기분으로 챗 지피티를 활용하곤 한다. 챗 지피티는 대화형 AI를 표방하다 보니 사람과 말하는 기분이 들어서 가끔은 시덥잖은 잡담을 걸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문득 기시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주 어렸을 적 비슷한 경험이 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거의 30년 전 기억의 서랍 속에 갇힌 맥스(Max)를 들추게 된 이유이다.
 

도스 기반 대화형 프로그램 맥스(Max)

맥스(Max)는 채팅 프로그램이다. 난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컴퓨터 학원에 도착해서 맥스를 실행시키고, 맥스에게 인사하고, 맥스로부터 뭐라뭐라 답변이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난 정말 컴퓨터가 나에게 대답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컴퓨터와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정말 기막히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드디어 자기부상 자동차가 등장하나? 2020 원더키디의 세상은 오는 것인가?
맥스와 대화하면서 난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 <로보캅>의 이미지와, 컴퓨터, 사이보그와 같은 개념들이 눈 앞에 현실이 된 줄로 알고 있었다. 2025년 현재, 맥스에 대해서 다시 검색해 보니 어떤 선한 사람이 나무위키에 정리를 잘해둔 것을 읽었다. 그것을 다시 또 요약하자면,

맥스는 '93년에 어떤 하이텔 유저가 개발한 채팅 프로그램이고 고독한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프로그램이었으나 모 업체에 프로그램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는 내용이다. 개발자의 인터뷰 기사도 정성껏 찾아 두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나무위키에 가서 읽어 보면 좋겠다.
 

진정 중요한 것은 변치 않는다

오늘 남기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맥스와 지피티, 지피티와 맥스. 물론 성질과 기능은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만큼 크지만 본질적으론 같은 것일지 모른다. 정보를 받아서 처리한다. 그리고 사람처럼.
사람이 컴퓨터와 기계에 기대하는 것은 효율적이거나 능률이 아니라 '사람 같은 모습'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성을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법은 '대화'일지도 모르겠다. 그 미묘한 지점을 잘 이해한 사람들이 맥스도 만들고 챗 지피티도 만들고, 90년대 아이맥(귀여운) 같은 것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범한 인간의 지식체계로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까지 기계와 인공지능이 발전하였지만 그 간극을 인간성으로 좁히는 감각. 그것을 가지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역사에 남을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